재밌는 게 1999년 SPIN에서 올해 최고의 앨범 20장을 선정했을 때 힙합 앨범은 몇 장 없었어요. Goodie Mobb의 World Party랑 Prince Paul의 A Prince Among Thieves 정도가 기억나네요. 저는 집착이 심한 사이비 저널리스트라서 그 목록에 있는 앨범들을 하나 하나 다 들어봤고, A Prince Among Thieves를 듣고 좋은 의미로 놀랐어요. 한 젊은이가 역경과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컨셉트 앨범이었거든요. 그런 걸 언제든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남아 있었는데, 13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이뤄졌네요.
Undun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한 번의 실수로 인생 전체를 망치는 이야기에요. 이야기를 거꾸로 들려주기 때문에 앨범이 이 캐릭터의 마지막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지만, 가난한 동네에 살던 애가 일을 그르쳐서 죽는다는 식의 뻔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 주인공인 레드포드 스티븐스(Redford Stephens)는 정확히 누구인가요?
앨범의 제목은 Guess Who의 노래 Undun에서 영감을 받은 거고요, 주인공의 이름은 서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의 노래 Redford에서 따온 거예요. 레드포드를 The Wire(미국 HBO 방송사 TV 시리즈)에 나오는 에이본 박스데일 같은 캐릭터라고 상상했어요. 좋은 사람이고 대학에 가거나 훌륭한 기술자가 될 수도 있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그 대가를 치른 인물이죠. 이런 이야기를 44분에 걸쳐 10곡에 나눠 담았습니다. 서프얀도 직접 앨범에 참여했어요.
정말요?
우리는 서프얀의 Redford를 늘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 곡을 네 파트로 변주해서 앨범을 마무리 지었죠. 파트1에서는 서프얀이 피아노를 연주했고, 파트2는 우리가 해석한 대로 현악기 4중주를 배치했고요, 파트3은 저랑 아방가르드 피아노 주자인 D.D. Jackson이 연주했어요. 잭슨은 아마 가장 위험한 피아니스트일 거예요. 지금쯤 손목 관절이 없어졌을 것 같은데, 그는 말그대로 피아노를 부셔버릴 듯이 연주하거든요. 마지막 곡인 파트4는 이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부분이지만,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듣게 되는 거죠. 굉장히 강력한 음악입니다. 감히 말하지만 Undun은 아마도 루츠(The Roots)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앨범일 거예요. 작곡이나 프로듀싱이 이보다 나아질 수가 없어요. 칸예처럼 '이 앨범이 최고'라는 식으로 말하긴 싫지만, 전 리스너로서 늘 제가 듣고 싶은 앨범을 만듭니다.
Undun 앨범과 같은 이야기를 실제 삶에서도 많이 목격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럼요. 레드포드는 우리가 필라델피아에서 아는 친구 중 대여섯 명의 캐릭터를 합쳤다고 볼 수 있어요. 타릭(Black Thought)의 온 가족과 사촌들이 다 레드포드인 셈이고요. 가족 중에 타릭만이 그 운명에서 탈출한 겁니다. 루츠 멤버 중 이 이야기가 가장 잘 맞는 사람이 바로 타릭이에요.
Late Night 쇼에서 일하게 된 게 이 앨범 작업에 도움이 됐나요?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서 전에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연습해서 기술을 갈고 닦을 시간이 정말 많아졌죠. 그러라고 돈을 받는 거기도 하고요. 방송국에서는 저희한테 짧고 간결한 곡을 써주길 바라기 때문에 하루에 3~7곡은 만들어야 해요. 다시 학교 다니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음악을 만들다 보니 "이 지점에서 코러스가 나와야겠다"는 식으로 음악을 해부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전까지는 작곡에 대해 이렇게까지 신경 쓴 적이 없거든요. Organix부터 How I Got Over까지는 모두 잼을 바탕으로 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에 들어갈 곡은 투어 중에 사운드 체크할 때 써둔 건데, 방송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작업하지 않고 그냥 잼으로만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Undun은 루츠의 13번째 앨범인데도 두 번째 앨범 같네요.
음악적으로 Undun 앨범은 어떤가요? 좀 더 오케스트라에 가깝나요?
예. 그리고 연극이나 영화처럼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외부 뮤지션들을 참여하게 해서 좀 더 공동 작업이 많아졌어요. 올해 4월에 필라델피아 국제 영화제에서 'Philly-Paris Lockdown'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케스트라 작업을 할 일이 있었어요. 루츠가 유럽 투어 취소되고, 다른 공연도 취소돼서 돈도 없이 파리에 2주간 발이 묶여 창녀들이 있는 호텔에 살 때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 인상주의 재즈 퓨전 음악을 꾸며달라는 부탁을 받고 Dirty Projects 멤버들과 David Murray, D.D. Jackson 같은 아방가르드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그때 오케스트라의 느낌을 앨범에 담고 싶다는 걸 깨달았죠. 다음 앨범에선 빠방한 오케스트라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Late Night 쇼에 출연하게 되면서 음악 산업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나요? 다시 예전 방식대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어젯밤에 Public Enemy 홍보 담당이자 작가인 해리 앨런한테 앨범을 들려줬어요. 그는 자기가 들어본 어떤 앨범보다 과감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사람들이 루츠가 지미 펠런의 Late Night 쇼에 출연하는 걸 마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가 지하철 역에서 동전 받으면서 연주하는 것마냥 생각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고 얘기했죠. 상황을 보는 데는 언제나 긍정적, 부정적인 두 가지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전 사람들이 우리를 평가절하하고, 굉장한 뮤지션들이 코미디 쇼에 출연해 연주하는 걸 쿨하지 않다고 생각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전 장점을 보고 판단을 내린 겁니다.
장점이 많을 것 같네요.
예. 우선은 레이블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사라진 게 좋아요. 힙합을 하는 뮤지션들은 다른 선택권이 없이 생계를 위해 음악을 해야 합니다. 조니 미첼(Joni Mitchell)은 레이블에서 쫓겨나면 시골에서 그림 그릴 수 있고, 벡(Beck)은 사진이라도 찍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힙합 뮤지션들은 다른 옵션이 없어요.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바로 타격을 입습니다. 이제 루츠는 편안하고 자신 있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앨범을 만들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Undun이 두 번째 앨범 같다고 말한 겁니다. 레이블에서 잘려도 돈 문제가 없으니 압박감이 하나도 없었어요. 음악을 생계수단이 아닌 열정으로 대할 수 있게 된 거죠. Undun 앨범에서 정말로 그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